교양충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5/02/15 15:17 by 융민킴



비록 늦바람이지만, 드디어 봤다. 한국에 있었다면 극장에서 볼 수 있었을테지만 현실은... 
그래도 꼭 챙겨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였기에 후회는 없고, 오히려 역시 챙겨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고편을 보고도 몇번이나 울어버렸던 영화였다.
이미 줄거리는 예상한 그대로였고 대사는 투박했으며 문득 삶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 머리속에 들어왔지만
그래도 역시 봐야하는 영화였다. 아니, 살면서 두고두고 몇번을 다시봐도 또 다시 울게될 영화이고 꼭 다시 보고싶은 영화였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세워이 지나갈수록 다시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은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아름답게 (제일 식상한 표현이지만, '아름답다'라는 말이 아니라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랑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참 즐겁고 행복했으며, 할머니가 우실 때 그리고 할아버지가 힘들어하실 때 너무나 슬펐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는 사이도 아니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인데도 그 분들이 행복해보일 때 나도 웃음짓고 있었고
그 분들이 슬프거나 힘들어할 때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간혹 이 영화에 대해서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논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버린 다큐라고도 하는 것 같지만
나에게 이 영화를 보고 남은 느낌은 "사랑" 그 자체였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만나서 76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하며 그렇게나 아가페적인 사랑할 수 있다는건 분명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이 영화가 한국에서 그렇게 큰 돌풍을 몰고온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처음 만나서 혹시나 아내가 다칠까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할아버지의 마음부터가 이 사랑의 시작이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할머니도 처음에는 할아버지를 "아저씨"라고 불렀다니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가 없다.
적어도 이 영화의 러닝타임인 88분동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부부의 삶이 얼마나 가득 찬 삶이었는지 느꼈을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아니 값을 매길 수도 없는 그 소중한 것을 얻고 그걸 76년동안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각자 힘내면서 지켜낸 할머니와 할아버지.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잔잔했지만 빛났던 두분의 사랑이었다. 

할머니의 울음으로 시작해서 끝난 이 영화에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다루게 된 것에도 나는 "사랑"이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았다.
언젠가부터 생각해왔다. 
사람의 죽음이 슬프고 두려운 이유는, 우선 남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가는 길을 세상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좌절감과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그 사람에게 못다한 말이나 일들이 사소하게라도 생각나는 죄책감 그리고 그 사람이 가고나서 남겨질 쓸쓸함 등등이 복합적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는 사람은 남는 사람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이 있지않을까.
분명히 할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울었지만, 나는 강을 건너시기 전의 할아버지의 모습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혼자 먼저 가시기 너무나 힘들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혼하고도 아내가 다칠까 걱정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떠올랐다.
저렇게 작고 고운 할머니 혼자 세상에 남겨둬야한다는 것에서 편치않았을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너무나 무겁다면 무겁고 단순하게 사랑이야기라면 사랑이야기로 보여질 수 있는 영화였지만
내게는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고 꼭 나중에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그래도 힘들었던 요즘이었는데, 잔잔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접하면서 슬픔을 토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디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줬던 아름답고 빛났던 사랑을 잊지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