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가 없어진다니, 슬슬 적응해야겠죠.
오늘 갑자기 본 영화는 장철수 감독,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한국에서는 2013년 6월에 개봉된 작품입니다.
원작은 HUN님의 다음웹툰 은밀하게위대하게- 인거 정도는 다 아실테고.. (워낙에 다들 본 영화겠죠)
그래서 더이상의 주연, 줄거리, 뭐... 기타등등의 서론은 생략하겠습니다.
기본적인 정보 및 이미지 출처는 위키피디아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ecretly,_Greatly
스포일러가 엄청나게 들어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다고 써놓고 스포일러를 맨위에 써버리면 아무래도 곤란할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할수도 있으니.. 좀 전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비록 내 머리속은 아직 영화의 엔딩의 충격에 휩싸여있지만...... 잠시 넘어가죠.
.......................................(충격에서 헤어나오는중 후.)
전반적으로 원작인 웹툰의 알짜배기는 나름 2시간의 필름에 비교적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빼야만하는 부분이 있었겠죠, 시간관계상. 그 부분들을 빼더라도 영화가 삐그덕-거리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이정도는 솔직히 디즈니 공주들이 왕자를 처음보고 사랑에 빠지는.. 뭐 그런 급전개보다 낫다고 생각함.)
연기도 뭐 일단 다 알아주는 분들이니 딱히 언급을 안하겠습니다. 다만, 이현우군(...이라고 불러야하나)의 연기에 대해 주위에서 코멘트를 많이 했었는데 솔직히 제가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그냥 아직 목소리가 어린?목소리라서 힘이 조금 없는게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들렸는지도.. 제가 봤을때는 액션장면이며 뭔가 정상인의 생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할 때의 연기며 등등 거슬리는 부분도 하나없이 부드러웠습니다. (여담이지만 원류환 조장을 너무나 사라...ㅇ.... 아니 존경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의미로 혼자 부끄러웠지만 이것도 넘어가겠습니다.)
아- 뭔가 배우들의 연기중에 소름돋는 장면을 꼽자면 (급떠올라서) 그 우체국아저씨가 갑자기 본인이 대학교수임을 공개하고 원류환에게 5446부대의 가족들은 모두 수용소로 잡혀갔다고 말해버려서 원류환은 절망 + 우체국아저씨는 옆에서 깐족깐족(....)대는 장면이 제일 인상깊네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 장면에서 제일 흠칫,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본인에게 소름돋았던 장면을 길게 설명하는 것도 웃기네요. 딱히 설명할 단어도 못찾겠지만요.
여튼 영화 후반부에서 급전개의 느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제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죠... 저는 다음아이디가 없어서 웹툰 은밀하게위대하게 엔딩을 못읽었거든요!!! 하하하하! 아 정말 아이디 만드는 것만큼 귀찮은건 세상에.. 있긴하지만 여튼 귀찮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나온다니까 기다리자, 하고 안읽었는데.
읽었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지금 제대로 멘붕입니다.
아니... 일단 저는 이성적인 사람이니 잠시 정신줄을 찾고 생각해보자면 물론 그런 엔딩(...)이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 모두에게 (그리고 어쩌면 은위의 배경으로 다뤄지는 남북의 평화에게도....) 가장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엔딩이었겠지만 ㅠㅠ!!!!! 아...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원류환이 슈퍼아줌마가 만들어준 방동구의 통장을 보고난후는....... 아아아아아아아아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음모야아아아아아아아 ㅠㅠ 정말 말이 안나왔음.
작가님은 왜 원류환이며 리해랑이며 리해진이며 모두 내가 그렇게나 애정하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없애버리시는지요. 에휴. 물론 사랑하고 애정하게 된 캐릭터들의 죽음이었으니 아무리 합리적이고 정당..하진 않은가 여튼 그렇게되는게 자연스러운 결말이었어도 결론은 슬펐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살고싶어했던 그분들의 마음을.
여기부터는 영화와는 상관없는 그냥 감상 후에 진행된 제 의식의 흐름입니다.
저는 지식이 얕아서 뭐 지금 현재 남북간의 관계가 예전에는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북에 정말 저런식의 부대들이 있어서 지금 한국사회내에 그렇게나 간첩이 많은지 등등은 알지 못합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지만요.
그러나 저를 생각하고 궁금하게 만든건, 은밀하게위대하게라는 작품들에 나오는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들이 과연 그들의 욕심이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물론 작품의 배경, 등장인물들의 상황, 그리고 뭐 스토리.. 등등을 따져들자면 제 물음은 정말로 쓰잘데기없는 "물이 왜 물인가요"식의 질문이 되버리겠지만. 그래도 저는 혼자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북한에서 아마 상상도 못할 잔혹한 훈련들을 열심히 받고 어머니와 떨어지는 상황도 참고 각오도 다졌지만 어이없는 임무를 받고 낯선 적진에서 '바보동구'로 적응해야했던 원류환의 기분도. 비록 인생은 그냥 즐기다가면 그만이라고 말은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상황에 제일 스트레스 받으며 자랐을 것 같던 리해랑의 상황도. 피도 눈물도 없는 5446부대에 와서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 하나만 보고 죽을만큼 노력해서 당당히 조장이 되고, 후에는 같은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서 어쩐지 기뻐보이는 리해진의 인생도. 그리고 원류환이 만나게 된 달동네사람들의 얼핏보면 작고 보잘것없고 재미조차 없지만, 사실 살짝만 틀어져도 너무나 위태로워져서 그만큼 소중했던 그들의 작은 일상들도. 이 것들 모두 사람사이의 "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뜻한 것인지 느끼게 해줬습니다.
작가님은 '은밀하게위대하게'라는 작품을 그리면서 무슨 의도로 그리셨는지 제가 알 길은 없지만, 저는 사람들사이의 '정'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준 따뜻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류환이 북에서 자결하라는 임무가 내려왔을때 분명히 본인은 어머니의 생사가 제일 궁금해서 결국 대장을 기다린 것이었을테지만, 저는 한편으로는 어쩌면 살아남아 그 동네에 돌아가고 싶어할지도 몰라.. 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리해진이 구역감시자로서 원류환을 죽이지않은 것이 "사사로운 감정"때문인 것처럼, 원류환도 그 동네사람들에게 "사사로운 감정"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거라-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생각나서 떠들어보자면, 원류환은 아마 죽는 날에 2번.. 이 세상 사람들과의 '정'을 떼는 연습을 하지않았나 싶습니다. 첫번째는 대장에게 자신의 어머니는 잘계시냐는 물음에 회피하며 조국의 명령에 따르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대장의 대답으로. 그리고 두번째는 그나마 믿었던 우체국아저씨의 실제신분을 알게되어서. 이렇게 2연타를 맞은 상황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때문에 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사실을 들었으니 멘탈이 온전했을까요. 그래서 슈퍼아주머니께서 주신 통장을 보고도, 돌아가고싶다고 외치면서도 그냥 죽음을 택하게된게 아니었나 싶구요. (물론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제게는 그런 느낌과 생각들을 가져다준 영화였습니다. 사람사이의 '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뜻한지. 그리고 그 따뜻함이 재수가 없으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불이 될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다만 그저..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처럼 그냥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힘든 삶을 사는건 너무나 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작가님은 이걸 말하고 싶으셨던걸까요: 언제나 착한 사람들이 등쳐먹히죠.....(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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